로맨스불결하고 더러운

모카의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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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요.” 그 만남은 정말로 사소하고 가벼웠다. 고작 내기로 농락을 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급해 보이는데, 우선은 이 돈으로 어머니의 병원비를 해결하세요.” 여자와 두 번 마주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중 먼저 서로를 찾는 쪽에서 나머지 돈을 다 갖는 겁니다.” 조롱이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로 웃었다. 그에게는 가벼운 제안. 하지만 그녀에게는 진심이 되었던 날. 사람의 마음도 사진처럼 수정할 수 있다면 이날의 감정에 다른 색감을 입히고, 다른 배경으로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비가 내렸던,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질척한 날이었다. *** 뜨거운 그녀의 몸이 안락했고, 저를 쉬게 했다. 숨도, 그 안에서 흐르는 다디단 물도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로 제 것으로 다 취해 버렸다. “하아, 하아—” 혜수는 겨우 벌어진 잇새로 밭은 숨을 헐떡였다. “아앗.” 바람에 식어 버린 손이 행위로 뜨겁게 달궈진 체온과 만났다. “괜찮아요.”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지? 자조했다. 우석은 그저 저에게 유리한 대사로 혜수를 능욕했다. “그, 그래도.” 추악하게 저를 밟아 버린 남자가 아니라 신사적이고, 멋진 우석으로 남아야 했다. 평생. 그렇게 남아야 했다. 커튼 사이로 새파란 새벽이 내려왔다. 우석의 몸이 새벽빛에 물들어 푸른 짐승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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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해줄래요
2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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