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섬광증

윤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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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 마을 화심리에 위치한 고즈넉한 고택엔 유력한 대선 후보 박혜윤의 사생아, 박서휘가 살고 있다. 노심초사 서휘만을 바라보고 사는 손정숙 여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서휘는 항상 넘쳐흐르는 세상에 관한 관심을 제 작은 마음속에 꾹꾹 욱여 담는다. “반가워요.” 어느 날 나타난 낯선 이방인에게선 서휘가 그토록 갈망하던 짙은 바람 냄새가 풍겨 왔다. * * * 어쩌면 처음 본 그날, 서휘의 말갛게 빛나는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했던 그날. 이곳을 벗어났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저 지금까지처럼 희망이나 기대 같은 것 없이, 미련도 후회도 없이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나 좋아한다는 말 책임질 수 있겠어요?” “…….” “그럼 벗어 봐요. 허울 좋은 말 같은 건 믿지 않는 주의라서.” 서휘의 맹랑한 눈동자가 일후의 날 선 눈빛을 또렷이 마주했다. 그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제 몸을 겹겹이 감싸고 있던 옷들을 하나씩 벗어 나갔다. 새하얀 나신은 제 주인의 금욕적인 얼굴과는 대비되게 야하기 그지없었다. “난 분명히 경고했어. 나 좋은 새끼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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