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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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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눈을 반짝이며 손바닥만 한 조약돌 모양의 외장 하드를 내밀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외장 하드를 교환하느라 일하는 사무실 층으로 올라오는 이나의 성실함은 횟수로 8년 차였다. 말이 교환이지, 자료를 모아서 자신의 외장 하드에 넣어 달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몇 년째냐. 우리 이러는 거. 그 외장 하드 안에 얼추 천 개 이상은 나라별로 잘 정리되어 있을 건데 그냥 돌려 보지그래? 명작일수록 재탕해야지. 얘는 작품에 대한 예의가 없어. 쯧.” 도화술은 그녀의 주특기, 취미는 어른들만 즐겨 본다는 유일한 야구 동영상.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스페인어까지 포함해 4개국어를 하는 엄청난 스펙을 둔 회사 동료이자 소꿉친구를 둔 덕이다. 성인이 된 이후로 딱히 남자친구가 필요 없는 완벽한 인생에 어느 날부터 묘한 감정이 비죽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자막도 넣었어?” “야….” 희일은 눈을 위로 굴렸다. 연말까지 야근은 당첨인데, 이나의 묘한 도발에 자꾸만 완벽한 커리어에 실금이 가고 있었다. “날 뭐로 보고…. 당연한 거 아니야?” 그래도, 네가 좋다면 다 해주고 싶다. 희일은 속에서 치미는 감정과 따로 노는 입에 오늘도 그녀 앞에서 자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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